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이라크 정규군은 이들과 싸워보기도 전에 줄행랑을 쳤다. 누구도 이들과 맞서 싸울 배짱이 없었다. 그렇게 일개 테러리스트인 IS는 2014년 6월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손에 넣었다. 시리아 동부 유전(油田)지대도 그들에게 넘어갔다. IS는 ‘영토를 가진 테러리스트’로 등극했다.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도 하지 못한 일이다. 세계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이때 IS 앞을 가로막고 나선 이들이 있다. 시리아군도 이라크군도 아닌, 독립국가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중
남침(南侵) 땅굴이 발견됐다. 폭 2m·높이 2m로 성인 남성들이 집단 이동할 수 있게 건설된 지하터널이 지난 12월 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북부의 레바논 접경지 마을 메툴라에서 발견됐다. 총 길이는 183m.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영토까지 이어진 땅굴이 확인된 건 양측이 전쟁과 휴전을 거듭한 지난 70년 만에 처음이다.땅굴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작품. 친(親)이란이자 이슬람 시아파 조직인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3대 정치세력이다. 이들은 1985년 창설된 이후 이스라엘의 건국을 부정하는 정치운동과 함께 무장투쟁을 벌여왔다. 전
얼마 전 치러진 수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2외국어는 중국어·스페인어도 아닌 아랍어였다. 제2외국어·한문 응시생 9만2471명 가운데 6만3825명(약 70%)이 아랍어를 택했다. ‘아랍어 쏠림’ 현상은 아랍어를 잘하는 학생이 상대적으로 드물어 이를 조금만 공부해도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남들 다 하는 외국어가 아닌 특이 외국어이면서도 취업 등에 쓸모도 있다는 이유로 아랍어를 배우는 ‘진짜 아랍어 학생’도 적지 않다. 최근엔 수험생뿐 아니라 대학생·직장인을 상대로 한 아랍어
입술을 깨물고 조용히 “흑흑” 소리를 내던 그녀는 끝내 “엉엉”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미리 레게브(53)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지난 10월 28일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유도대회 시상식에서 이스라엘 국가(國歌) ‘하 티크바’가 울려퍼지자, 감정이 북받쳐올랐는지 몸을 들썩들썩하다 눈물을 쏟아냈다. 순간 기자들의 카메라 렌즈는 금메달을 딴 이스라엘 유도선수에서 레게브 장관으로 일제히 쏠렸다.이스라엘은 중동의 왕따 국가다. 중동 대부분의 나라가 1948년 팔레스타인을 제치고 건국 선언을 한 이스라엘을 적대
미국이 이란의 심장 동맥에 커다란 집게를 물렸다. 미국은 지난 11월 5일 이란산 원유 거래 등을 전면 금지하는 대(對)이란 에너지·금융 제재에 돌입했다. 원유 수출은 이란 연 수출액의 63%, 세수의 80%(2016년 기준)를 차지한다. 인구 8000만명의 대국 이란을 움직이는 ‘피’ 같은 존재인 ‘오일’의 수출 통로가 막힌 것이다.미 국무부·재무부는 이날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테러 지원 의혹에 책임을 물어 2016년 1월부로 중단했던 대이란 제재를 2년10개월 만에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삼류(三流)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황당한 범죄 사건이 백주 대낮에, 그것도 터키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공관에서 벌어졌다. 자말 카슈크지라는 나이 예순의 사우디 프리랜서 기자가 지난 10월 2일 오후 1시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돌연 실종된 것이다. 그는 이날 재혼 준비를 위해 전 아내와 이혼했다는 증빙서류를 받으려고 영사관을 찾았다. 사전에 문의했더니 영사관에서 “10월 2일에 오라”며 기일을 잡아 통보했다. 그의 약혼녀는 “카슈크지가 정부 비판 언론인이라는 이유로 변을 당한 것 같다”면서 진상 규명
중국이 전 세계에 18억명 신자를 둔 이슬람교의 ‘공적(公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슬림(이슬람 신자) 민족 위구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이 날로 거세지자 세계 이슬람권 국가와 단체들이 중국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그동안 경제적 갑을(甲乙) 관계 탓에 화나도 꾹 참았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까지 들고일어났다. 위구르 탄압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부쩍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엔이 고발한 ‘위구르 100만명 수용소’ 논란은 세계 무슬림의 분노의 도화선이 됐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 거주 위구르인 전
전쟁과 분쟁의 나라로 각인된 이스라엘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미지 변신을 했다. ‘스타트업 네이션(startup nation·창업국가)’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뜬금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인구가 800만명밖에 되지 않고 여전히 툭하면 전쟁이 터졌지만, 창업 성공 신화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이런 기현상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창업 정신은 해외에 수출됐다. 이스라엘은 면적이 한국의 25%밖에 되지 않은 작은 나라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흙수저 국가’다. 이런 열악한
이슬람교의 최대 연례행사 ‘하즈(Hajj·성지순례)’가 지난 8월 19일부터 시작해 24일 막을 내렸다. 하즈는 이슬람 신자(무슬림)라면 지켜야 하는 ‘다섯 기둥(의무)’ 가운데 하나로, 7세기 선지자 무함마드가 죽기 전 아라비아반도(현 사우디)에서 행한 순례를 답습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을 통해 신자들은 종파·국적·인종과 상관없이 ‘이슬람 아래 우린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다지고 신앙의 의미를 되새긴다.하즈가 5대 의무라고는 하지만 무조건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순례지인 사우디 도시 ‘메카’까지 여행할 체력과 금전적 여유가 없
중동 여성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일까? 여성 인권 후진 지역으로 꼽히는 중동에서 최근 희소식이 속속 들려온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먼저 튀니지의 첫 여성 시장 탄생 소식이다. 지난 7월 3일 선거에서 튀니지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의 후보 수아드 압델라힘(54)이 튀니스 시장에 당선됐다. 여성이 시장이 된 것도 처음인데, 작은 도시도 아닌 수도 튀니스의 시장에 당당히 선출됐다. 그는 당선연설에서 “이 승리를 튀니지 모든 여성에게 바친다”고 했다. 이날 승리는 그의 개인적인 성취나 한 도시만의 뉴스가 아니었다. 튀니지 그리고 더 나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6월 12일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글은 이런 주장 등을 근거로 제주도에 예멘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으면 안 된다고 청원했다. 청와대는 나흘 뒤인 16일 “부적절한 표현이 있다”며 이 글을 삭제했다.하지만 ‘부적절한’ 소문은 ‘삭제’되지 않고 말·활자·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직장동료 간 점심식사 자리, 육아 정보교환 인터넷 카페, 유튜브·페이스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地區)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라고 불린다. 면적이 서울의 60%인 365㎢에 달하는데 높이 7~9m의 콘크리트 장벽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서쪽의 지중해 바다로 헤엄치거나 보트를 타고 탈출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가능에 가깝다. 해안에서 10㎞ 정도 떨어진 곳에서 감시 군함이 최첨단 레이더를 켜놓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육·해·공을 철통같이 봉쇄하고 사람과 물품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가자지구 주민 200만명이 10여년째 죄수 아닌 죄수로 사
이란은 ‘중동의 북한’이다. 나라 전역이 보안 당국의 철통 같은 감시와 통제 아래 있다. “행동거지가 수상하다”는 동네 이웃의 밀고(密告)로 쥐도 새도 모르게 한 가정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수도 테헤란은 물론 지방 작은 마을 곳곳에도 사복 경찰을 비롯해 보안 당국의 민간인 협조자들이 쫙 깔려 있다.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반미 국가가 됐고, 비밀리에 핵 개발을 했다. 때문에 특히 핵 관련 시설에 외부인의 접근을 전면 제한하고 보안을 지키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하루 24시간, 1년 365년 국가 최고 수준으로
‘트럼프 고마워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신이 당신을 축복하시길….’예루살렘은 요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시 같다. 어디를 가나 그를 지지하는 문구의 현수막이나 그가 활짝 웃는 얼굴 그림이 걸려 있다. ‘트럼프 얼굴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띈다. 그에 대해 호감을 갖거나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아서다. 왜 그럴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6일 아랍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숙원’을 들어준 것이다. 역대 미 대통령 누구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24~2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 여러 중동 대국(大國)이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지로 한반도 면적 35%의 소국(小國) UAE를 택한 것이다. UAE는 문 정부와 궁합이 잘 맞는 나라는 아니다. UAE는 산유국이지만 탈(脫)석유 시대를 내다보고 걸프 산유국 최초로 원전(原電) 프로젝트를 백년대계로 추진하는 나라다. 반면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고 말한 ‘탈원전 대통령’이다. 문 정부는 또 UAE의
“키이~익!”지난 2월 24일(현지 시각) 저녁 예루살렘 ‘성묘(Holy Sepulchre)교회’의 대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채워졌다. 이 교회는 2000여년 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장사됐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터에 세워졌다. 이에 ‘부활 교회’라고도 불린다.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구세주)로 믿는 기독교인에게 이 교회는 신앙의 알파(시작)와 오메가(끝)다. 특히 4월 부활절 기간에는 성지(聖地) 중의 성지로 통한다.지난 2월 25일 새벽, 교회의 문은 이례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335년 지어진 성묘교회는 10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월 6일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며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중 어느 나라의 수도냐 하는 문제는 지난 70년간 국제사회가 함부로 다루지 못하는 금기 중의 금기였다.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의 성지(聖地)이면서 민족과 인종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세계의 화약고’이기 때문이다. 과거·현재·미래가 혼재한 도시201
무명에 가까웠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가 작년 6월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신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이제 이 땅에 이슬람국가를 세우노라”라고 선포했을 때만 해도, 이슬람권 국가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야유를 쏟아냈다. 수니파 이슬람세계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IS는 이슬람도 국가도 아니다”고 말했고, 미국 등 서방 정부들은 “테러단체에 불과하다”고 했다. IS의 예상치 못한 ‘국가 선포’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슬람이란 종교적 가치를 이용해 조직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신들이 일개 테러단체가
이란 중부도시 이스파한에서 지난 6월 4일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4)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열흘 남겨둔 시점이었다. 종교지도자가 국가 최고지도자인 신정(神政)국가 이란에서 ‘신의 징표’라 여겨지는 최고지도자를 규탄하는 시위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스파한 도심 도로는 이날 오전부터 시민들로 가득 메워졌다. 시민 수만 명은 천천히 거리행진을 하며 “하메네이는 독재자”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검은 차도르를 쓴 여인들부터 젊은 남자, 백발 노인들까지 남녀노
‘중동(中東)의 스위스’ ‘중동의 파리’라 불리던 레바논이 최근 이웃 나라인 시리아의 내전에 휘말려 덩달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겉모습은 여전히 스위스처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뽐내고, 파리처럼 자유분방하고 지적인 도시문화를 드러내놓고 있지만 속사정은 딴판이다. 레바논이 시리아와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만큼 정치적 거리도 매우 가깝기 때문이다.시리아 내전이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 정권과 수니파 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치닫자, 시리아가 레바논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종파 간 갈등이라는 면에서 유사하기 때문이다. 레바